한글학교 공지사항

영국한국교육원에서 전하는 공지사항입니다.

[노팅험한글학교] 스무 해의 기록, 그리고 또 하나의 시작

Author
영국한국교육원
Date
13:36 09 Sep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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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은  노팅험한글학교 개교 20주년을 기념하는 제16회 꿈나무 학예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행사가 모두 끝난 뒤 빈 무대를 바라보며 한동안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준비했던 시간들이 하나씩 떠올랐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감사함에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올해는 무엇보다도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노팅험한글학교의 스무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영국한국교육원장님과 정혜라 연구원님, 재영한글학교협의회 부회장님, 노팅험한인교회 권사님, 초대 교장선생님과 제2대 교장선생님, 그리고 한국전 참전용사이신 베테랑 할아버지 내외분과 참전용사 모임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쉘리와 친구분까지 귀한 발걸음을 해 주셨습니다.


멀리서 찾아와 함께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20주년의 의미는 더욱 깊어졌습니다.학예회의 시작은 교장선생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영국한국교육원장님의 축사, 초대 교장선생님의 축사, 그리고 한국전 참전용사이신 베테랑 할아버지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학교를 세운 분들의 헌신과, 아이들을 믿고 보내주신 학부모님들의 사랑,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걸어온 교사들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역사였습니다.


공식 공연에 앞서 특별한 순서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꿈나무재단이 주관하고 재영한글학교협의회가 주최한 영국 한글학교 꿈나무 발표대회에서 초등부 금상과 중등부 대상을 수상한 우리 학교 학생, 오에이미와 오찰리의 발표였습니다.




노팅험한글학교가 초등부와 중등부 대상을 모두 배출한 것도 처음이었고, 무엇보다 자매가 나란히 큰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쓴 글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은 누군가가 대신 써 줄 수 없는 이야기구나.' 노팅험한글학교는 앞으로도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도록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첫 무대는 가장 어린 훈민정음반 친구들이었습니다.  '빠라빠라 동물흉내'와 '바라밤' 율동을 선보인 우리 막내들은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객석을 웃음으로 가득 채워 주었습니다. 아직은 작은 새싹이지만, 언젠가는 누구보다 멋진 꽃으로 자라날 아이들입니다. 그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시작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 성균관반은 한 학기 동안 '동시'를 배우며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주제로 직접 쓴 동시를 낭송했고, 이어 '모두가 꽃이야'를 수어와 함께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날 무렵, 아이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카네이션을 객석으로 내려가 한 분 한 분께 전해 드렸습니다. 그 순간 객석 곳곳에서 미소와 눈물이 함께 보였습니다. 직접 만든 작은 꽃 한 송이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몸소 보여 주었습니다.'산에 피어도, 들에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가 꽃이다.' 그 노랫말처럼 우리 아이들도 모두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입니다. 잘하는 것이 달라도, 성격이 달라도, 걸음이 달라도 괜찮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꽃을 피워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고 싶은 삶입니다.



사랑스러운 집현전반은 놀이를 더한 전래동요 메들리로 무대를 가득 채웠습니다. 학부모님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물했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점점 잊혀 가는 한국의 전래동요를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전통은 책 속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래하고 함께 웃으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가장 잘 보여 준 무대였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세종반.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친구도 있고, 곧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친구도 있으며, 저마다 개성도 성격도 참 다릅니다.하지만 이날만큼은 모두가 하나였습니다. 전통 마당극 '흥부놀부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공연은 익살과 풍자가 살아 있는 우리 전통극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 주었습니다.



연습할 때보다 훨씬 더 자신감 있게 무대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무대는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또 하나의 교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중에는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토요일에는 동생들을 도와주는 든든한 보조교사이기도 한 아래아반. 아이들은 '노팅험한글학교 20주년 이야기'를 대화극 형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처음 학교의 문이 열렸던 이야기부터, 20년 동안 학교를 지켜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 모두의 사랑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복을 입은 두 학생이 학교를 향해 큰절을 올리는 순간, 객석은 깊은 감동으로 조용해졌습니다.그 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확신했습니다.


노팅험한글학교의 다음 20년도, 이 아이들이 이어 갈 것이라는 것을.



올해 학예회의 마지막 공연은 모든 학생이 함께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이 공연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3·4교시 특별활동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토론했던 세계기록유산 수업의 결실이었습니다.왜 기록이 중요한지.왜 우리는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지. 왜 영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의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 아이들과 수없이 이야기하며 한 문장, 한 장면, 한 대사를 함께 만들어 갔습니다. 공연의 마지막에 아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과거의 이야기를 배우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 자신의 삶과 시대를 기록으로 남겨 주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것이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였습니다. 기록은 과거를 남기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이어 주는 일이라는 것. 누군가의 기록 덕분에 우리는 지금 역사를 배우고, 또 우리의 삶 역시 언젠가는 다음 세대에게 역사가 될 것입니다.그래서 공연의 제목도 '기록의 삶, 우리의 삶'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써 내려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졸업을 앞두고 한글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의 수료증 수여가 있었습니다.



또한 5년 동안 헌신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장을 전달하고, 개교 20주년 기념 표창장을 수여했으며, 모두 함께 케이크를 자르며 20년의 시간을 축하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날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오히려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방학이 시작되면 많은 분들이 "이제 좀 쉬세요."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쉬는 동안에도 계속 같은 고민을 합니다. 다음 학기에는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어떤 주제로 함께 웃고,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할까.어떤 공연을 만들까. 어떤 메시지를 아이들의 마음 속에 남길 수 있을까. 저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보다, 아이들과 무엇을 '함께 배울까'를 더 많이 고민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면 좋을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 고민은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그 부담 덕분에 가장 많이 성장하는 사람은 어쩌면 저 자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육은 교사가 아이를 변화시키는 일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저는 노팅험한글학교에서 매주 배우고 있습니다.


20년 전 누군가는 작은 씨앗 하나를 심었습니다. 그 씨앗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만나 오늘의 노팅험한글학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이 이어 써 내려갈 것입니다.


기록은 계속됩니다. 노팅험한글학교의 역사도,우리 아이들의 꿈도, 그리고 저의 교사로서의 삶도. 저는 다음 학기에도 아이들과 함께 웃고 배우며 또 하나의 기록을 써 내려가겠습니다. 노팅험한글학교의 교사라는 사실이 참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소중한 기록 속을 함께 걸어와 주신 모든 학부모님과 학생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시작합니다.